야구팬이라면 누구나 가슴 뛰는 장면이 있습니다. 타자라면 끝내기 홈런이나 만루 홈런이 그렇고, 투수에게는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는 완벽한 경기, 바로 무사사구 완봉승이 그런 순간일 것입니다. 그 영광의 주인공이 된 이가 KT 위즈의 에이스, 고영표입니다. 2025년 4월 2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경기에서 그는 단 100개의 공으로 9이닝을 책임지며 무사사구 완봉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올해로 34세가 된 고영표는 나이를 잊게 만들 정도의 날카로운 체인지업을 앞세워 상대 타자들을 철저히 제압했습니다. 5회까지는 노히트 노런 행진을 이어갔고, 6회 임지열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지만 곧바로 병살타를 유도해 흐름을 끊었습니다. 체격 조건이 크지 않은 그는 정교한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무너뜨리는 데 능한 투수입니다. 이번 경기에서도 그의 피칭은 그야말로 교과서적이었고,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순간 팀 동료들이 마운드로 달려와 그를 뜨겁게 축하했습니다.
이날 완봉승은 고영표의 통산 다섯 번째 완봉이자, 무사사구 완봉으로는 세 번째 기록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난해에도 그는 같은 방식으로 100구 내외의 무사사구 완봉을 기록한 바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꾸준함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자기 관리와 철저한 준비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KT 위즈는 올 시즌 초반부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고영표를 비롯한 국내 선발진의 안정적인 피칭이 있습니다. 오원석, 소형준과 함께 고영표는 로테이션을 이끄는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고, 팀 주장으로서 후배 선수들에게도 모범이 되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으로서 매 경기 흔들림 없는 경기력을 유지하는 그는 팀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고영표의 완투는 단지 승리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불펜 투수들에게 휴식을 제공함으로써 팀 전체 운영에 여유를 주고, 타자들에게는 에이스가 마운드에 있다는 신뢰감을 심어줍니다. 팀이 적은 점수로도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그 자체가 전반적인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됩니다.
현대 야구에서 완투는 점점 보기 드물어지고 있습니다. 투수의 부상 방지를 위한 관리가 강화되면서 대부분의 선발 투수는 5~6이닝 정도만 책임지고 마운드를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9이닝을 완전히 책임지며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은 고영표의 피칭은 더욱 값진 성과입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다음에는 두 자릿수 미만의 투구 수로 완봉을 해보고 싶다”고 말하며, 더 높은 목표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습니다. 단 99구 이내로 완봉을 기록한다는 건 투수에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그의 말에서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의지와 자신감이 느껴졌습니다.
이번 무사사구 완봉은 개인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한국 프로야구가 얼마나 높은 수준의 투수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꾸준히 자기 관리를 이어가는 선수의 성실함이 얼마나 큰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고영표의 기록은 KT 위즈의 전력 상승은 물론, 리그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상징적 장면으로 남을 것입니다.
KT 위즈는 여전히 시즌 초반을 지나고 있지만, 팀의 상승세는 분명합니다. 앞으로의 일정 속에서 고영표가 보여줄 꾸준한 피칭과 후배들과의 시너지가 이어진다면, KT는 올 시즌 리그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고영표의 이번 기록은 개인적인 성취를 넘어 팀 전체의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이 멋진 잠수함 투수의 다음 경기를 기대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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